“이 정도면 해외 토픽감이다…” 퀴어축제 두고 대구시 vs 경찰 충돌 난장판

대구 퀴어축제에서 대구시와 경찰이 이례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7일 대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제15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현장에서 경찰과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 간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9시 25분께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은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무대 설치 차량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구 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길을 30여 분간 막아섰고 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은 “평화로운 집회를 공무원이 막아설 수 없다”라고 항의했다.

이에 경찰은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대구 퀴어축제는 적법한 집회로 안전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라며 무대 설치 차량 진입을 위해 길을 터줬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구시 공무원들이 몸으로 행사 차량을 막아섰고 경찰은 공무원들을 밀어내는 등 대치 상황이 10분 넘게 벌어졌다.

 

 

결국 경찰의 에스코트 속에 무대 설치 차들은 17일 오전 10시 5분께 개최 장소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심에 들어섰다.

이 모습을 지켜본 대구 퀴어축제 주최 측 관계자들은 환호하며 “대구 경찰 이겨라 파이팅”을 외쳤다.

이 같은 사태 속에 10시 26분경 현장에 도착한 홍준표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퀴어 문화축제는 불법 도로 점거다. 이를 허용한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끝낸 뒤 홍준표 시장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다들 수고했다. 다친 사람 있느냐. 고생했다”라고 말하며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번 사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 차단을 놓고 경찰과 행정 당국이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경찰 인력 1500명과 대구시 공무원 500여 명이 오전 7시부터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560m 거리 곳곳에 배치되며 긴장감이 나돌았다.

 

 

한 경찰 간부는 “공무원들하고 이렇게까지 싸워야 하는 상황이 황당하다”라며 “우리는 매년 퀴어 문화축제 관리를 위해 이곳에 왔지만 공무원들이 이렇게 나온 적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구시 한 간부는 “경찰하고 마찰은 처음이다”라며 “정말 해외 토픽감이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그러나 지난 15일 대구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광진)은 동성로상인회·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